과연,구글의 양자 컴퓨터는 블록체인의 종말을 의미하는가?
출처=셔터스톡

지난 23일, 구글은 자신들이 개발하는 양자컴퓨터에 대한 다소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구글은 이 보고서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슈퍼컴퓨터 IBM 서밋이 1만년이 걸려야 할 연산 작업을 양자컴퓨터를 사용해 단 3분 만에 끝냈고, 연산작업에 사용된 구글의 양자 컴퓨터는 54 큐비트 시커모어 프로세스를 사용하였다고 밝혔다.

(큐비트 (Quantum bit)란, 양자 컴퓨터로 계산할 때의 기본 단위로 기존 컴퓨터가 0과 1을 비트단위로 순차 처리하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지는 큐비트 단위를 사용한다. 50큐비트는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1000조 배 빠른 수준을 의미한다.)

이 보고서는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에 대한 보고서로, 구글의 이번 양자컴퓨터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를 성능 면에서 완전히 뛰어넘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 발표가 이루어진 23일 비트코인(BTC)의 가격이 전일 대피 7% 이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하락은 구글의 ‘양자 우위’ 보고서에 의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양자컴퓨터가 블록체인 기술을 무력화시켜 이 산업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이 양자 컴퓨터와 블록체인의 문제에 관한 논쟁은 어제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뉴스는 종종 과학 기술면의 뉴스에서 찾을 수 있었지만, 이번 구글의 보고서는 어떤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가? 그것은 구글의 양자 컴퓨터가 ‘양자 우위’를 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양자 우위’란 무엇인가.
‘양자 우위’란 양자 컴퓨터가 기존의 전통적 컴퓨터, 특히 그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뛰어 넘는 일종의 특이점을 의미한다.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의 존 프레스킬(John Preskill) 교수는 50개 이상의 큐비트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완전히 뛰어넘는 ‘양자 우위’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프레스킬 교수는 스티븐 호킹 박사와의 친분으로도 유명한 물리학자로 양자역학의 권위자이다. 그는 50 큐비트 이상의 양자컴퓨터가 세상을 바꿀 양자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 생각했으며 ‘양자 우위’ 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양자 우위’의 시대가 열리게 되면, 이로 인해 세상을 바꿀 만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가 오랜 시간 동안 일상생활에서 사용해 오던 보안 방식과 암호화 시스템들은 ‘양자 우위’의 시대에서 양자 컴퓨터의 연산능력으로 손쉽게 무력화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공인인증서와 공개키 방식의 암호화 알고리즘은 현존하는 컴퓨터로 암화를 푸는데 수십년 혹은 수백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안전하다고 믿어져 왔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양자 우위’를 이루어 낸 양자컴퓨터가 상용화 된다면, 이러한 암호화 알고리즘은 순식간에 풀려버릴 것이라고 한다.

한편 블록체인은 일반적으로 SHA-256이라는 암호화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표준 해시 알고리즘인 SHA-2의 계열로서 256비트로 64자리의 문자열을 사용하여 암호화한다. 이 알고리즘은 2의 256승에 해당하는 경우의 수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일반 컴퓨터를 통해 무차별 대입하는 방식으로 암호를 풀려 할 경우, 사실상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블록체인의 공개키와 개인키가 256 비트의 해시 값으로 변환되어 블록체인을 만들어가게 된다.

블록체인은 수많은 노드(node)가 이 SHA-256기반의 암호화 방식을 사용하며 데이터를 저장하기 때문에, 적어도 전체 노드의 51%를 다음 블록 생성기까지 모두 해킹하여 값을 바꾸지 않으면 사실상 위 변조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양자 우위’의 시대가 오게 되면, 암호를 풀어내는데 (해킹하는데) 소요되는 물리적인 시간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순식간에 51%이상의 노드를 해킹하여 암호를 무력화시키고 데이터를 뒤바꿔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블록체인이 만들어 내는 암호화폐의 가치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릴 것이고, 암호화폐 시장과 블록체인 산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가정에서 양자 컴퓨터와 ‘양자 우위’는 블록체인 업계의 오랜 숙제였으며 투자자들의 공포를 야기하는 치명적인 미래이기도 했다.

과연 양자 컴퓨터가 블록체인을 멸망시키는 미래는 찾아올 것인가?

만일 지금 당장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 된다면, 가능한 이야기 일 수 있다. 블록체인 진영의 많은 개발자들도 이 문제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낙관론자들은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양자 컴퓨터의 문제 역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이 기술은 상용화 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상용화까지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으며, 이번 구글의 보고서는 일부 초보적인 실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올해 10월 1일 내한했던 블록체인 업계의 대표적인 암호학자이기도 한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 박사는 “최근 구글의 양자 컴퓨터 기술이 언급되었듯이 양자 저항 수준의 블록체인은 앞으로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 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새로운 프로젝트인 프렉시스(Praxxis)가 이러한 양자컴퓨터의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블록체인 업계의 내부에서도 새로운 양자 저항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통해 양자 컴퓨터애 대해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 된다면, 블록체인 산업계 내부에서도 앙자 컴퓨터를 사용하여 보안 시스템을 구성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보안용 양자 컴퓨터의 사용으로 거래소나 커스터디 (Custody,수탁) 사업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용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

한편 애초부터 양자 컴퓨터의 위협은 너무 과장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경제연구소(American Institute of Economic Research)의 경제학자 제프리 터커 (Jeffrey Tucker)는 “양자컴퓨터가 블록체인에 실제적인 위협이 아니며 양자 컴퓨터에 대한 걱정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2018년 6월 3일 CCN).
그는 호주 시드니의 맥쿼리(Macquarie) 대학의 양자 물리학자이며 양자 컴퓨터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가빈 브레넌(Gavin Brennen) 박사의 연구논문을 인용하여 이러한 의구심에 반박을 가했다.

가빈 브레넌 박사의 논문은 양자컴퓨터의 해시 계산능력을 집중적으로 사용하여 블록체인을 조작하는 것이 어느정도 실현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블록체인 유저의 보안을 유지하는 개인키를 해킹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여 연구결과를 공개하였다.그 논문이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가 상상하는 양자기술과 현재의 양자기술은 상당한 괴리가 있다.

실제 단시간내에 암호를 풀어내기에는 처리속도가 모자라며, 10년후쯤 게이트 동작 속도가 100GHz에 달하는 하드웨어가 만들어진다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만큼 발전하기는 쉽지 않고, 그 기간동안 고속의 ASIC도 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또, 앞서 ‘양자 우위’의 개념을 처음 내 놓은 존 프레스킬 교수는 ‘양자 우위’ 개념의 발표 이후 2018년 1월 물리학논문을 공개하는 저장소 ‘arXiv’에 올린 글을 통해, “양자 컴퓨터의 시대가 오기에는 앞으로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실제 상업적인 용도에서 사용되기에는 오랫동안 기술적인 ‘불완전성’을 가지게 될 것으로 이 양자 컴퓨터가 사용될 수 있는 응용분야는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뒤 어어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상당기간 (앞으로 수십년간) 양자 컴퓨터는 양자 컴퓨터 특유의 불안정성으로 인하여, 정확한 계산을 위해 양자 오류 보정을 해야 하지만, 양자 오류 보정에는 엄청난 추가 비용이 소요되고, 양자 컴퓨터 시대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른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결론적으로, 현재 구글에서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이는 50큐비트 이상의 ‘양자 우위’는 양자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상용화되어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암호알고리즘과 보안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많은 시간과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는 적어도 10년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며, 그 기간은 블록체인의 지금과 같은 빠른 진화와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블록체인이 충분한 ‘양자 저항성’을 준비하기에 족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24일 비탈릭 부테린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근 양자 우위에 관한 내 인상을 말하자면 그것은 ‘핵융합’ 과 ‘수소폭탄’의 관계와 같다. 현상과 그 현상으로부터 힘을 이끌어내는 능력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유용하고 직접으로 사용되기 까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My one-sentence impression of recent quantum supremacy stuff so far is that it is to real quantum computing what hydrogen bombs are to nuclear fusion. Proof that a phenomenon and the capability to extract power from it exist, but still far from directed use toward useful things.)

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우주의 역사와 함께 오랬 동안 존재해왔던 자연현상이지만 이 현상이 수소폭탄이라는 사용가능한 물건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시간이 흘렀고, 2차 대전기에 들어서 실제로 만들어진 수소폭탄은 아직까지 단 한번도 실전에 사용되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양자컴퓨터로 인해 지금 당장 위기감을 느끼기에 우리에게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 있으며, 실제로 양자컴퓨터가 만들어진다 해도 실험실 밖으로 나와 현실에서 ‘폭발’ 하는 일은 없을 수도 있다는 예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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